한국의 대표적인 묵으로는 도토리묵, 메밀묵, 청포묵 그리고 밤묵 등이 있겠지만 누군가가 필자에게 이 중 하나만 골라 먹어라 하면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도토리묵을 골라 먹을 것이다. 그 정도로 필자에게는 도토리묵 특유의 쌉쌀하고 텁텁한 서민적인 맛뿐만 아니라 아주 어린 시절(5~6세쯤?) 고향집 뒤안에서 도토리와 굴밤을 주워 어머니에게 드리면 기특해하시던, 그리고 친구들과 굴밤치기 놀이를 하던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소중한 음식인 것이다.
며칠 전 아내와 함께 토론토(Toronto) 블루어 스트릿 웨스트(Bloor St.W) 코리아 타운에 위치한 한국식품점 PAT에 들렀는데 우연히 도토리묵 가루를 발견하고선 아주 반가운 마음으로 한 봉지를 장바구니에 담았다.
전날 밤 쑤어 놓은 묵을 실온에서 잘 굳혔다.
멸치, 다시마, 파뿌리 등으로 육수를 내어 한두 시간 냉장고에 보관하여 차게 만들고
양념장 끼얹어 먹을 요량으로 한 접시 썰어 봤더니 탱글하니 잘 만들어졌다.
묵사발용으로 조금 가늘고 길쭉하게 썰어서 육수를 붓고, 갓김치를 잘게 썰어서 고명으로 얹고
김 가루 뿌리고, 파 송송, 깨소금도 팍팍 뿌리고
양념장도 끼얹으니
양념장 도토리묵과 도토리 묵사발이 완성되었다.
한 숟갈 떠서 먹어 보니
역시 감칠맛난 멸치 다시마 육수와 쌉쌀 텁텁한 맛의 어우러짐이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.
먹고 있으면서도 또 해 먹고 싶은 맛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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