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. 아일라 섬 (Islay Island)
스코틀랜드에서 스카치위스키의 생산지는 크게 6 구역으로 나누는데, 서남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돌아보면 캠벨타운, 아일라섬, 군도, 스페이사이드, 하이랜드, 로우랜드로 나뉘며 여기서 피트. 스모크 스카치위스키의 성지인 아일라섬은 스카치위스키의 대단한 한 축을 형성하고 있고 2023년 현재 9개의 증류소가 활발하게 가동 중에 있다.
섬 서쪽의 킬호만, 브룩라디, 보모어, 북동쪽의 부나하벤, 아드나흐, 쿨일라, 그리고 남쪽 바닷가에 쪼르륵 나란히 앉아있는 아드벡, 라가불린, 라프로익, 즉 아일라 3 대장이다.
이 9개의 증류소 모두 스카치위스키 애호가들에겐 익히 알려져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나름대로 한 가닥씩 하는 증류소들인데, 이 중 라프로익은 1994년 당시 찰스 왕세자(현 찰스 3세)가 비행기 사고로 아일라섬에 불시착하게 되어 근처에 있던 이 증류소에 방문하게 되었고 이 곳의 위스키 맛에 크게 만족한 찰스로부터 로얄 워런트(프린스 오브 웨일스)를 수여받게 되었는데 상표 맨 윗부분의 깃털문양이 그 증표이다.
2. 라프로익 10년 43%
킬커란 12와 롱로우 피티드를 주로 마시다 보니 논-피트가 생각나 글렌고인 10년과 발베니 15년 마데이라를 주로 마셨는데 어찌 된 일인지 구수한 피트향이 또 코 끝을 쓱 스치고 지나가길래 나의 쎗바닥이 피트를 부르는구나를 직감하고 피트의 기본이라 불리는 라프로익 10년으로 적셔봤다.
피트. 스모크는 아무래도 갯내음이 제격이라 멍게, 새우, 굴을 준비하고 뚜따를 했는데 다소 거슬릴 수 있다는 소독약 냄새는 어디로 갔는가? 필자는 그 소독약향을 거의 느낄 수 없었고 스모키 뒤로 따라 올라오는 과일향이 너무나 조화롭고 부드러워서 아내가 정한 주 1 회 두 잔의 제한만 없으면 꿀떡꿀떡 잘 넘어갈 것 같은 꽤 맛있는 위스키임을 직감했다.
그다음 주에도 오향장육과 함께 라프로익을 즐겼는데 오향장육의 강한 향에 위스키 특유의 향이 묻힐까 봐 살짝 우려도 했었는데 의외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. 서로의 향을 죽이는 게 아니라 오향에 스모키가 더해지니 향은 더 다양, 풍부해지고 달콤한 과일향까지 더해지니 정말 멋진 조합이었다.
뚜따 전에는 사실 병원의 소독약병을 연상시키는 초록병에 하얀 라벨의 불편함과, "10년 저숙성 피트 위스키는 거칠고 무례하겠지"라는 선입감도 있었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 모든 선입감을 불식시킬 만큼 상당히 만족할 만한 향과 맛을 제공해 준 아일라의 물방울이 아니었나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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